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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왜 이렇게 부는 거야. 어떡해. 우리 아빠 다 못 찾았다며. 엄마 엄마, 어떻게 좀 해봐. 아빠 날아가면 어떡해. 아악 아니야아 아니야 아빠. 제발. 아니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흘째인 3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를 다시 찾은 딸 박모(27)씨는 철조망을 붙잡고 발을 동동 구르더니 이내 주저앉았다. 꼬리만 간신히 남은 여객기 잔해로부터 약 150m 떨어진 활주로 주변은 당시 충격을 보여주듯 의자 파편이 굴러다녔고, 아스팔트 도로는 군데군데 붉게 물들어 있었다. 신원 확인을 마치고 시 학자금대출 원리금상환 신을 인도받기 전 마지막 인사를 하러 이곳을 찾은 유족들은 다시 울음 섞인 비명을 토해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 유가족으로 추정되는 외국인들이 영정사진을 든 채 추모하고 있다. 무안=최주연 기자


활주로 주 모기지이자율 변 철조망에는 유가족과 추모객이 손으로 꾹꾹 눌러 적은 손 편지와 국화, 소주, 초코파이, 우유 등이 놓여있었다. 동생을 먼저 떠나보낸 형은 "외로이 사투를 벌였을 걸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 이젠 따뜻한 곳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며 종이 편지를 철조망 기둥에 붙였다. 그는 고인이 좋아했던 참치김밥과 과자, 소주를 종이컵에 따라놓은 뒤 여객기 잔해를 본등기 향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채 흐느꼈다.
기장과 승무원에게 보내는 편지도 보였다. "살리고자 최선을 다하셨을 기장님, 부기장님, 승무원분들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좋은 곳 가셔서 편하게 영면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쪽지 아래에는 소주 2병과 술이 담긴 종이컵 6개가 보였다. 뒤늦게 친구 소식을 접하고 공항을 찾은 이수지(24)씨는 처참한 3년거치 광경에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불쌍해서 어떡해. 어떡하냐고. 저거 보니까 미치겠어"라고 울부짖던 그는 여객기 잔해 근처로 가지 못하고 자리를 떴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 추모 발길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장과 부기장, 승무원에게 보내는 편지도 보인다. 무안=최주연 기 이력서 특이사항





특수전사령부 전문재난구조부대 대원들이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무안=최주연 기자


특수전사령부 전문재난구조부대 대원들은 기체 주변에서 참사 희생자의 신체 일부와 유류품을 수습했다. 그들은 일렬로 서서 갈대밭을 수색하고 호미를 든 채 아스팔트 도로에 남아있는 마지막 시신 편(조각)을 찾아 지퍼백에 조심스레 담았다. 희생자 흔적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의자와 비행기 파편 구석구석까지 꼼꼼하게 살폈다.
온전히 수습되지 못한 아들의 시신 일부를 인도받기 위해 광주에서 온 이모(74)씨는 철조망을 붙잡고 애원했다. "저기 의자가 우리 아들이 앉았을 수도 있는 거잖아. 마지막 자리 한 번만 만지게 해줘. 제발. 우리 애는 얼굴을 알아볼 수가 없어요. 마지막 자리라도 한 번만···." 유류품을 하나도 받지 못했다는 이씨는 아들의 마지막 흔적이라도 느껴보겠다는 심정으로 굽은 손을 철조망 구멍 사이로 넣고 흐느꼈다. 이씨를 바라보던 한 대원은 가죽 시트가 벗겨진 여객기 의자 잔해 쪽으로 가서 대신 고개를 숙였다.



갈대밭을 수색하고 있는 특수전사령부 전문재난구조부대원들의 모습. 무안=최주연 기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희생자 179명 중 175명의 신원이 확인됐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이들 가운데 6명은 유족에게 인도됐다. 나머지 170명 중 28명도 검시와 검안, 유전자 정보(DNA) 대조까지 필요한 절차를 마친 뒤 이날 오후부터 인도됐다. 당국은 이달 6일까지 모든 희생자 인도를 마칠 계획이다. 179명 중 4명의 신원은 아직도 확인되지 않았다.
무안=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무안= 김나연 기자 is2ny@hankookilbo.com무안= 문지수 기자 doo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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